Burberry Weekend

예전, 내가 갈팡질팡 하고 있을 무렵- 우울한 나를 달래주던 즐겁던 女兒.
Kenzo와 burberry weekend를 즐겨 뿌리던 걸로 기억된다.
나는 원래 향수를 즐기지도, 그에 대해 해박하지도 않건만-그럼에도 이상하게 burberry weekend 향만 기억에 남았다.
뭔가 내가 우울할 때 만나면 뿌리고 오던 香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극장의 추억 때문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간에 말이다.
예전 모 극장에서 모 영화를 보던 날, 재미없는 영화에 지루해하며 온몸을 비비꼬면서 영화 대신 사람을 관찰했다.
콧날이 낮군,, 볼이 발갛게 상기됐어,, 눈이 어떻게 생겼어,, 입술이 예쁘네,, 이런식의 관찰.
그녀가 자리를 뒤척이면서 일순간 스며든 burberry weekend의 香. 갑자기 두근거리던 가슴.
터질듯한 심장을 억누르며 조용히 팔걸이에 올려져있는 손을 잡았다.
...고 하면 무슨 영화고.
그저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다가 이윽고 눈이 마주쳤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에 작은 어깨가 으스라져라 끌어안았었지.
...라고 하면 무슨 애로지.
사실 감기약에 취해, 쏟아져 내려오는 잠에 취해- 냄새는 맡을 겨를조차 없었다.
-이거 향 좋죠? 제가 젤루 좋아하는 향수예요..
-어, 향 좋네.
미안, 그 때 나는 코가 막혔었다.
나중에 친구 향수 살 때 따라가서야 냄새를 맡아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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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이미지로 상대방을 기억한다고 하던데,, 그 중에 향기가(냄새라고 쓰려니 조금 거시기하더라고) 으뜸이 아닌가.

느즈막히 학교로 올라오는 마을 버스 안에서, 화창한 햇볕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4월의 바람을 맞고 있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샴푸와 향수가 섞인듯한 좋은 내음이 나더라.

날씨에 취해, 바람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 날의 기억을 되뇌이며 미친양 혼자 실실대다...;

아,, Matlab이나 돌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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