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런 감수성/오글오글 과거의 흔적'에 해당되는 글 38건

  1. 2011.02.10 백업 완료
  2. 2008.11.09 이별연습
  3. 2008.10.21 좀 길고, 아주 두서없는 이야기
  4. 2008.10.21 그냥 한밤중에 문득 자기성찰같은 넋두리
  5. 2008.09.01 하나의 끝과 하나의 시작

백업 완료

예전 이글루랑 여기저기 글들 대충 백업 완료.
자, 이래놓고 열심히 안 하면 정말 뻘짓일텐데 하하;

이별연습

오늘 내 애마가 중증진단을 받았다.
시한부를 받은 심정이 이럴까, 다음주에 정밀검사합시다- 하는데 가슴이 덜컹, 지갑도 덜컹.
이제 헤어질 날이 가까워온다.

좀 길고, 아주 두서없는 이야기

문득 "마치 오늘처럼" 이글루 밸리를 돌다보면 뭐랄까 가슴 한구석이 답답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그닥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아니고, 일반적인 범주에 비추어 봤을 때 고학력자가 되는 과정중에 있는 사람이지만- 어차피 전공 지식만 쌓고 있으니 국어 지식은 범상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전공 지식을 쌓고 있다는 말을 태연하게 써대는 스스로의 뻔뻔스러움이 몸서리칠만치로 그야말로 감동이구먼. 
얘기가 샜다. 각설하고.

뭐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범상한 범주 혹은 어떤 기준에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이다. 다시 말해 난 평범해요~ 라고 전제를 깔아놓는 거다.

이글루 밸리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대부분에 만연한 글들의 80% 이상의 틀린 맞춤법이 알고서 "재미로" 통신체로 변형한게 아닌 모르고서 써대는 것들 투성이가 아닌가 하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제 Daum을 돌아다니면서 놀고 있으려니 "대인배"라는 표현에 시비가 붙었다.
DC에서 소인배의 반어로 반 장난삼아 나온 말인데, 간혹 멍청한 것들이 이게 원래 있는 단어인줄 아니까 그게 문제인거야.
어떤 사람이 올바른 사용법이 아니라고 지적을 하니, 원래 말에서 사전이 나오고 표준어가 나오니까 노 프라블럼~이라고 강변하는 댓글에 대체 추천이 몇 개가 달린건지.
글쎄,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되는 참담한 현장에서 느껴진 그 감정이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이게 단순한 어이상실인지, 아니면 한심함인지, 아니면 그저 '이런 멍청이들' 하는 우월함인지.

기본적인 문장 구조도 (이건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게 영문인지, 일문인지 대체가 알 수가 없다. 특히 심각한 것은 왜색 짙은 오타쿠성 말투, 표현들. 본투비 애국자인 탓에(뻥이야). 그냥 단순하게 일본식 글은 싫다. 왜? 일본놈 같으니까. 끝.
그냥 거부감이 드는 거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사는 나라의 제대로된 언어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영어에, 중국어에, 일어에 목숨을 걸고 있는 사태를 보면 한심하기만 한 거다. 이건 비단 인터넷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나름 고학력 집단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소위 말하는 준 고학력 혹은 인텔리 집단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물론 이런 표현 역겹다) 대학원 과정에 재학하는 사람들조차 기본적인 맞춤법이라던가, 경우에 따라 쓰면 안되는 표현을 남용 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되어 씁쓸하기만 하다.

재고조사와 제고조사를 구분을 못하고, A가 B보다 낫다와 낳다를 구분 못 하는 것을 그냥 단순히 부주의에 의한 오타로 치부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한 두명이 그런 것도 아니고, 앞에서 뒤에서, 위에서 아래에서 어디서부턴지 어디까진지 모르게 고약한 냄새가 슬금슬금 스며들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단순한 단어 몇 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거 수능 언어영역 고득점자라는데 있다. 쓰기가 천대받고 읽기만 강조되는, 다양한 언어능력 및 국어와 언어지식, 소양의 측정보다 요령 조금 붙으면 점수가 수월히 나와버리는 시험 구조 자체가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강남 및 목동 일대 일부에서만 성행하던 영어유치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최소 월 80에서 최대 150까지 드는 비싼 수업료로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아직 우리말이 어색하기만 한 스폰지같은 녀석들이 우리 말보다 영어를 먼저 배운다. 과연 얘들은 알고 있을까? 자기들이 살고 있는 여기가 우리나라인지, 미쿡-캐나다-영국인건지?

우리는 우리 것을 너무 소흘하게 여긴다. 아니, 부끄럽게 여긴다. 세상에 영어를 못해서 외국인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나라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들밖에 없다. 이건 뭐 안타까워하는 것도 아니고 미안해 하는거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연구실이나 연구소 혹은 회사 등 같은 직장내에서 대부분 우호적으로 대우를 받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돈 벌면서 당연히 우리 문화에 맞추려고 노력해야 할 그네들이 자신들의 문화대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역으로 성을 낸다. 그러고도 이 미욱하고 병신같은 인간들은 자기가 노랑 원숭이, 아니면 바보들로 취급받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헤헤거리기만 하는거야. 난 외국인 동료가 있어, 난 외국인 친구가 있어 하는 별 소소한 것들이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는거고 (차라리 난 외국인이랑 해봤어가 더 저속하지만 더 듣기좋아 보인다. 흥, 써놓고보니 이건 오바군;;)

작년에 방문했던 동경대에서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은, 그들은 정말 자기에 문화를 아낀다는 거다. 일본 사회가 폐쇄적인 일면도 가지고 있지만 양키나 양놈들에게 굉장히 개방적이고 우호적인 사회라는 것은 다들 주지하고 있을게다. 뭐, 책 같은 번역본이야 외국에서 발행되자마자 6개월 내로 일어로 번역되어 나오는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것도 부러웠지만 더 부러웠던 것은 그네들의 저 자부심이었다.

외국에서 학위를 받으러 연구실로 온 외국인은 다음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일본생활 1년차 - 영어로 대화해 준다 / 2년차 - 일어로 대화한다 (간혹 영어로 얘기해도 봐준다) / 3년차 - 일어 외엔 대화거부
금발의 파란눈을 가진 코쟁이가 야마구치 센빠이, 센빠이 하면서 일어로 쫓아다니는 모습은 충격적이기도 했고, 신선하기도 했다. 그들은 학위 심사를 반드시 일어로 해야 한다 (졸업논문도 일어였는지 영어였는지는 긴가민가하다). 연예계나, 클럽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일면 필요한 부분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저런 면은- 그래, 어쩌면 그네들의 응큼한 국민성과도 관련있을지도 모르겠다만 - 분명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영어와, 외국인과, 사회 전반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시발이 되었다.

이것은 비단 언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얼마전 TV에도 나온 두바이 특급호텔의 한국인 주방장인지 먼지 할튼 요리하시는 양반이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대해 한 얘기가 있다. 우리의 음식을 가장 천시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외국에서 중대한 바이어가 오면 신경써서 예약하고 대접하는 곳이 고급 일식당, 혹은 양식당이 대부분이라고.

내가 고민하는 이런 생각조차 결국 컴플렉스일수도 있겠으나, 이게 바로 조선 중엽 사림에서 비롯된 저 유구하고 케케묵은 사대주의적인 근성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륙 시리즈에 열광하고 짱꼴라, 짱깨를 비난하는 이유 또한 뇌리 깊숙한 곳에 침잠해 있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 혹은 반발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쓰다보니 길어지기만 하고 결론도 없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나라가 망하려나 (이건 뭐람).

그냥 한밤중에 문득 자기성찰같은 넋두리

집으로 가는 길에, 비가 오질 않아서 걱정이라는 뉴스를 보고 있으려니 문득 아 그랬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고 정신없던 와중이라 비가 얼마나 오질 않았었던가 하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불과 몇 년전의 나를 돌이켜보면
나름 비오는 걸 좋아하고, 장마철 내내 우울한 기분마저 즐거워했었는데.
이것저것 영화는 잡식으로 다 좋아하고,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면서까지 먹으려고 노력하고,
돈이건 뭐건 사고 싶은 것은 사고, 먹고 싶은건 먹고, 술을 먹으면 끝장을 보곤 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간간히 듣던 좋아하는 CD라던가, 덜컹거려 이지러지는 활자 속에서도 나름 탐독할 줄도 알곤 했었더랬다.
머리가 좀 굵고서는 간혹 지하철에서 내려 소주 반병에 닭꼬치 하나를 먹고 들어가기도 하곤 했으니,, 것 참 술을 (것도 소주를) 정말 좋아했었나보다.

하지만 요새는 비오는게 귀찮아 마지않고, 장마철 내내 세차한 담에 비가 올까 맘을 졸이고,
영화는 귀찮거나 기분 다운되는게 싫어 무조건 액션-
맛있는 것은 여자랑 만날 때/여자친구랑 만날 때/여자한테 작업할 때 외에는 그닥 찾아다니려 노력하진 않는다.
사고 싶은 것은 정말 사도 되나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결국 지르지만 ;ㅁ;), 먹고 싶어도 운동한게 아까워 참고, 술을 먹으면서 내일 출근이나 모레 미팅을 걱정하게 되어 버렸다.
노래라고는 간혹 다운받는 몇월 몇째주 멜론 Top100이면 족하고, 그나마도 틈틈이 읽던 책은 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안녕. 논문도 잘 안보는데 책 씩이나 볼 여유나 있을랑가. 
술보다는 안주를 더 챙기게 되었고, 술은 소주보단 맥주로, 아니면 간혹 사케나 양주로 바뀌어버렸네.
그 좋아하던 세단이나 쿠페도, 지금 차를 바꾸라면 박스카나 카렌스 같은 5도어의 유용성에 더 끌리게 되어버렸네.

마침 여자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상념이 탁 끊겨버렸다.
뭔가 막연하게 그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기분 속에서 건조하다 못해 쩍쩍대며 갈라지는 감수성을 잠시 마주했었나보다.
아니, 감수성이란게 과연 남아 있긴 했었을랑가. 그렇담 예전에 그건 대체 뭐였담. ㅎㅎ

p.s.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작업멘트로 비가 좋네, 빗소리가 좋네 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계속해서 날리던 구라 100프로 뻐꾸기 끝에 걸린 자기 최면이 깨어진 것이랄까.


하나의 끝과 하나의 시작

금요일엔 큰아버지의 퇴임식에 다녀왔다.
집안에서 친척 어른으로 봤던 큰아버지의 대외활동내역에 대한 프로필을 듣고 있자니 새삼 놀랍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나야 사람을 맨투맨으로 페이스투페이스로 맞대는 것과는 전혀 연관없는 직종을 가지게 될 테지만,
예전 환자분들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눈물짓는 모습에 문득 코끝이 시큰하기도 하고,
(이미 백번 후회한 전력이 있지만) 8년전 다른 선택을 했어도 보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혹은 직업 선택의 동기에 대한 질문에
막연히 좋겠다 싶어서 시작했고, 하다보니 정신없다가 지나보니 벌써 퇴임이라는,
범상하고 지극히 진부한 한 동영상 속의 그 말씀이
아리송하기도 하고 긴가민가한게 뭔가 알락말락하니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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