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첫사랑을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반갑게 안부를 물어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외면하시겠습니까.
혹시 너 이뭐병 하면서 죽빵을 날리시겠습니까.

아니면 혹시 "당신이 나의 첫사랑이 맞나요?"라고 물어보지는 않으시겠습니까.

Dear,

지난 십여년 동안 이사람 저사람 만나보고, 연애도 해보고 가슴앓이도 해봤지만- 아직도 나는 첫사랑이 누구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얘기하면 한 2, 3년 길게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모를거다라고 얘기할 사람 분명히 있지. 아, 지금 막 한 명 떠오른다. 하하, '그래- 혹시 나?' 생각하는 너가 맞을 거다.

분명 한달 연애할 때랑, 석달 연애할 때랑, 한 일년 연애할 때랑 차이는 분명 있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감정의 깊이네 어쩌네 하는 차이는 모르겠다. 어차피 좋을땐 좋았고, 싫을땐 정말 끔찍히 싫었거든. 헤어진 후에 이래저래 신경쓰게 되는 시간이 좀더 길어진다던가, 버릴 물건이 좀더 많다던가(이건 사람 차가 분명 있다!) 하는 것들- (그래, 분량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은 좀 알 거 같은데.

글을 쓰는 지금, 밸리에서 근 일주일간 계속됐던 금주의 테마를 보고 첫사랑의 정의가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졌어. 네이버에서 찾아본 바 사전적 정의는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으로 유의어로는 "초련(初戀)"이 있단다.

초련의 한자어를 그대로 풀면 '첫 연정'이라는 단어쯤이 되겠네. 그런데 저 정의란게 뭔가 애매모호하다. 처음으로 연정을 품어야 첫사랑인거야, 아니면 맺어져야 첫사랑인거야. 처음 좋아한 여자? 처음 키스한 여자? 처음 같이 잔 여자?

아이고, 갑자기 지끈 골치가 아파진다.
결국 결로은 각자 지 맘대로 알아서 생각하란 얘긴지.

좁은 서울바닥에서 이십 수년을 살다보니까 우연히 마주쳤던 지난 사랑은 두어명 남짓 있긴 있었어. 마주치진 못해도 이래저래 흘러흘러 소식을 듣기도 듣게 된다. 하지만 아직 '첫사랑'은 우연히라도 마주친 적이 없어. 왜, 뭐라도 이상한거 있어? 흠...

기억하나? 내가 귓가에 대고 했던 먼지 풀풀나는 진부한 말.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연애도 했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첫사랑은 너인 것 같다던 그 유치한 말. 하하.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그래 맞아, 니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아마 그래서일거야.
신기하게도 나는 항상 첫사랑만 만나왔고, 만나고, 만나려고 하고 있거든.
적어도 입으로는.

Best reg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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