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런 감수성'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07.01.29 av를 말한다
  2. 2006.12.10 추억?
  3. 2006.11.14 후회
  4. 2006.10.30 오리온자리
  5. 2006.02.14 3자의 시선

av를 말한다

내가 av를 처음 접한 것은 과연 언제라고 해야될지..?

남녀의 생식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 것은 초딩 5학년때로, 그 시발이라고 할 수 있던 것은 바로 'F학점 첩보원'이라는 헐리웃 3류 코메디를 통해서였다. 아무 생각없이 사촌형과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을 유혹하는 여자가 나오는 씬에서 주인공이 cd(이번에 보니 일본애들은 스킨;이라고 하더라, 하하)를 찾는 것을 보고 집요하게 형을 추궁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형이 상당히 곤란해 하면서(사촌 누나들과 같이 있었다 하하하;) 대답을 회피하고서 얼렁뚱땅 잠자기전에 슬쩍 남녀간의 생식행위(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에 대해 짧게 얘기를 해줬었다. 슬쩍 아기를 원하지 않고 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끼워넣고서.

자자, 호기심 많던 그 시절의 나는 집으로 돌아와 동아대백과와 부근 공립도서관을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했으나- 결국 원하는 대답을 얻었던 것은 같은반 정육점집 아들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조숙했던 이누마는 친절히 집으로 초대해 19禁 테트리스와 너무도 조악한(지금 생각하기에) 동영상을 보여주었었다.
1년이 지나고, 관련 지식을 차근히 쌓던 내가(먼산) 가장 처음 접한 av는 바로 '야시장 3'였다. 슈퍼집 아들래미의 생일날, 우리반 남학우들은 여자애들이 오기 1시간 30분전에 옹기종기 모여서 동영상과 녀석의 강의를 들으며 그 오묘함을 알기 시작했더랬지.
그 이후야 뭐.. 남들과 비슷할거다. 한참 보다가 요새는 극에 달한건지.. 뭘 봐도 시시해서 별로 내키지도 않는달까;

갑자기 주저리주저리 썰을 풀어놓는 것은, 내가 av 매니아라서도 아니고(진짜야!) 반가운 이름;을 접해서도 아니라 일본 여행 덕분이다. 30초 가량 틀어주는 호텔의 맛보기 채널에 1000엔을 내고 이걸 봐야하나 일주일이나 고민했었기 때문이랄까; 하하.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긴데, 세상에서 제일 호화로운 생활이-남자에 국한된 얘기 같던데-영국 집에서 살고, 프랑스산 와인을 마시고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며 일본 와이프와 사는 것이란다. 뭐 대충 그렇고 그런 얘기고(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리;) 맨 마지막은 확실하다. 이번에 놀러다니면서 주워들은 얘기라 신빙성은 없는데, 나도 어디선가 예전에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을 보니 그런 얘기가 있기는 있나보다.
서양 남자들이 동양 여자를 좋아하는(특히 일본여자) 것은 익히들 아는 얘기일테고, 특히 일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뭐 순종적이네 귀엽네 어쩌네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얘네들 풍습이 점원들도 무릎꿇고 주문을 받고, 이래저래 무릎을 잘 꿇는 애들이라 그런가보다 싶기도 하다.

어느 신문 칼럼에서 남자들에게 일본 여자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언어 때문이라고 했다.
비음 섞인 언어와, 일반적인 일본여성의 언어톤이 섹스시에 여자의 교성의 톤과 일치한다는 분석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일본에 있는 내내 일본녀들이 왜 이리 귀여워 보이던지..
여기저기 주변에서 걔네가 자주 쓰는 '에~?'하는 감탄성(?)과 '모~♡'하는 정체불명의 음성에 아주 뼛속까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달까; 하하하.특히 성숙한 여고생들이란..ㄷㄷㄷ 오죽하면 여기서 원조교제가 왜 생겼는지 알겠다는 모군의 말이 나왔을까; 하하.

...오늘도 글을 쓰다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구나;

추억?

추억은 때때로 예기치 못하게 눈앞에 찾아오곤 한다.
길을 걷다가 문득 들려오는 노래 한 소절이라던가, 팬시 샵에서 마주한 푸우 인형이라던가. 노래방에서 다른 사람이 부르는 노래라던가 하는 소소한 것들 가운데서 가끔 기억못하고 있던 것들이 불쑥 눈앞에 튀어나오곤 한다.
연말이라던가, 기념일 혹은 명절이라던가 특정한 날에, 그리고 약간의 알콜이 첨가된다면 주변 조그만 사물 구석구석에서 추억 한 자락 들춰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추상적인 기억이란 객체가 사물에 투영되면서 구체화되는 것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추억이란 결국 미화될대로 미화되어버린 기억의 편린이겠지만, 그 덕에 기분좋게 술 한잔 할 때 좋은 안줏거리가 되어주기도 하니 그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수가 없네.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어떤 사물에 빗대어 기억되어지고 있을까 싶은.

후회

여느때와 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혹은 내리던 날-의 늦은 밤이었다.
우울함에 취한 습관적인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반사되어 후회라는 포장을 하고 돌아왔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과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끝도 없는 늪속으로 발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다음날 멍하니 일어나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으려니 하릴없는 회한이 밀려왔다.
제 말을 벤 김유신처럼 뭔가 큰 리액션이 있어야 이짓을 그만두지 싶나 헛웃음만 나왔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던 내 말에 되돌아온 조소가 눈 앞에서 끊임없는 리플레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문득 이 상황을 즐기는 것은 아닌가- 이 관계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거듭 반복되는 실수는 더이상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행동임은 알고 있다.

익숙함 때문인가?
외롭기 때문인가?
단지 지쳐서 이를 해소할 대상을 원할 따름인가?
그도 아니면...?!
아니, 난 생각만큼 외롭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았다.
즐겁지는 않지만, 괴로울만큼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고 있다.
잔인하게 말해서 어떻게 책임을 진다거나 할 생각도 전혀 없다.

비겁하게도 비단 나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사하고 유치함의 극치.

무언의 합의.
어쩌면 무폭력의 폭력.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과,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아는 사람.
아니다, 거절하지 않는 사람과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아는 사람?
어쩌면 거절하지 않는 사람과,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맞는 것인지도.
뭐가 옳은 것일지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아니, 뭐가 옳은지 그른지는 몰라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때론 생각한대로 행동하는 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리온자리

때로 진실은 잔혹한 법이다.
하지만 그런 잔인함에 같이 슬퍼해줄 여유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15살 무렵의 나와, 19살 무렵의 나와, 그리고 지금 20 중반을 갓 넘긴 무렵의 내가 느끼는
'의리'라는 단어의 정의와 그 무게감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해하지 못하던 것들을 (슬프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때때로 내가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결국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나만의 슬픔이 아니었고, 나만의 아픔이 아니었고, 나만의 비극이 아니었다.
일상에 쫓겨, 내 사정에 쫓겨 같이 슬픈 척, 같이 씁쓸한 척 해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잔인함일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새벽 3시를 조금 넘긴 이 시각, 밀려드는 부담감에 잠이 오질 않는다.
잘 수 있을 때 잠을 청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난 지난 2년간 대체 뭘 하고 지냈던 거냐... ㅠㅠ
잠자리에서 엔간하면 꾸지 않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별 의미도, 내용도 없는 웃어넘길만한 꿈이다.
하지만 그냥 웃어넘기지 못하는건 이것이 혹시 작금의 상황이나, 내재된 욕구를 반영하는 뭔가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의 반영이다. 뭐 그래봤자 예전의 그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러나 결국 술안줏거리나 가끔 피식 웃곤 하는 조야한 추억 정도로 여겨지는) 하나의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짓을 할 시간에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지만, 결국 나는 아직 바닥을 치지 못했나 보다.
그럴 정도의 절박함은 아직 없는 것인지, 아니면 느긋하도록 타고 난 것인지. ㅋㅋ

담배 한 대를 물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삼태성이 반갑게 고개를 디민다.
가장 처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운 별자리가 오리온 자리다. 반가움의 탄성이 절로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잿빛 연기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난 별들에 잠시 옛 생각에 젖었다.

오리온 자리를 매개로 시작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상처입고, 상처주고 이별했던 것은 어쩌면 숙명이었을까.
오늘은 열아홉, 혹은 스물.. 그 무렵의 꿈을 꾸게 되겠구나.

3자의 시선

퇴근길에 집 앞 정자(?)에서 싸우고 있는 연인을 보았다.
여자가 토라졌다고 그래야 하나, 화가 났다 그래야 하나, 맘이 변했다 그래야 하나.
어찌됐건 남자가 일방적으로 비는 분위기.

지금 담배를 피러 잠깐 나가는데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네.
그리고 그 남자는 청승맞게 비를 맞으며 몇 층인지 창문만 계속 쳐다보고 있다.
그 여자는 지금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있을까, 아니면 창밖으로 남자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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