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갑

지갑이 낡아서 카드가 지저분해지길래 출국하는 길에 면세점에서 지갑을 하나 샀다.
보통 지갑은 아버지가 받으신 선물을 쓰거나 여자애들이 사주곤 했던 터라 계산하기 전까지 남자 지갑이 (게다가 대부분 천인데) 이렇게 비쌀줄은 몰랐다; 제길.
짧고 긴-길고도 짧은- 외유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 서재에서 컴퓨터를 하는데
다 낡아 헤져버린 아버지 지갑이 눈에 띄었다.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저 지갑을 꽤나 오래 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도, 그 그전에도 선물받은 지갑을 당신이 직접 사용하신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낡아빠진 아버지 지갑과 그 옆에 아직 빳빳한 내 지갑의 대조에 눈이 시리다.
글을 쓰고 있으려니 왠지 마음도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