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함에 대한 변명

상대방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사실은 일견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같이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은 미안하기도 하고 슬픈 일이다. 때로 나도 그 입장에 서기도 하고 그 반대 입장에 서기도 하기 때문에 가볍게 대답하기도 곤란하기도 하다. 다 알고 있다. 대답없는 메아리도 있는 것이고, 캐치볼을 하러 던진 공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작별인사를 한 누군가를 영원히 못 볼 일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어설픈 관계가 끝장나면 심심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 혹은 나를 계속 좋아해줬으면 하는 이기심 때문에 차일피일 대답을 미루고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알고 있지만 행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물론 다 알고 있다. 답도 나왔고, 과정도 그려진다. 하지만 아는대로 행하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난 이렇게 비겁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