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한 20대의 비겁한 변명

"20대, 우리가 투표를 포기한 이유"

프로젝트 보고서를 쓰는 막간에 웹서핑을 하다가 저 제목을 보고 충동적으로 클릭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름 대선 후보들의 사진이며 휴대폰 모양이며 신경은 잔뜩 쓴(겉멋만 엄청 들고 내용은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 글을 접했다. 사람 사는 세상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이들이 모여사는 곳이라 물론 각자의 생각이 존재하고, 블로그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야 무슨 말을 써도 상관은 없다 싶다만, 문제라면 포스팅한 사람이 다음 블로거 기자라는 사실일까. 사견이지만, 기자라는 신분(정식은 아니라도)이기 때문에 장난으로라도 글을 쓰기 전에 자기 글이 가질 파급 효과를 한번 더 생각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링크한 원문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저 블로거는 이번이 첫 투표였는데 기말고사를 보다가 부재자 투표 신청을 하지 못해서 투표를 하지 않았단다. 자기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카테고라이즈드된 그 이유가 "귀찮아서," "깜빡 부재자 투표를 못해서," "찍을 사람이 없어서," "장난으로 무효표(이중 표기)를 해서"라는 식이었다.

흠... 나름 친한(혼자만 친한가ㅋ) 이웃 블로거 님도 부재자 투표 선거 기간을 놓치셔서 이번에 투표를 하지 못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쓰기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저 블로거의 말투가 너무 맘에 들지 않는다.
(그니깐 글 읽고 언짢아도 넘 노여워 마세요 ㅠㅠ)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쉬워 한다기 보다는 결국 이유라고 붙여놓은 것이 "모든 것이 성적과 연결되는 지금 같은 시대에 저희에게는 투표보다 기말고사가 더 중요했다"는 것이란다. 사실 내가 화난 대목은 바로 이 대목이었다. 저 말이 없었으면 뭐 이런 글이 있나 황당해할 일도 없었을테고, 그냥 사람들의 정치 무관심이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혀나 차면서 넘어갔을 터였다. 미처 몰랐다는 것과 뻔뻔하게 저렇게 얘기하는 것은 백팔십도 틀린 문제라는 기분이 드니까. 더군다나 20대가 투표를 포기한 이유라는 저 거창한 제목이라니.

황당해하면서 읽던 글은 점입가경으로 마지막 문단에서

"그러나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인들 스스로 우리 20대를 투표소로 끌어 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략)... 정치를 통해 미래와 희망을 보게 해주십시오."

라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글로 끝맺음을 한다. 결국 자신의 무관심이라기보다는 20대를 투표소로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정치인들의 문제로 살짝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는 시크하게 투표를 안 했다는 죄의식(이나 있나 모르겠지만)을 그들 탓으로 홀가분히 털어버린다. 이거야말로 슬쩍 떠넘기기 정치판이랑 틀린게 뭐가 있단 말인가.

아니 뽑을 사람이 없으면 그나마 그중에 나은 사람이라도 뽑았어야지. 그전에 대체 저 정치인들은 누가 뽑았지? 투표를 해서 의무를 다하고서 정치판이 뭐 같다고 비판을 해도 답답할 판에 남탓으로 돌려버리다니. 정작 스스로의 정치참여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무심하게 도외시한 채 정치판에 있는 이들을 무시해도 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생각은 못 하는 것인지 한심하다.

기권하는 것도 포기하고 참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선거 참여는 단순하게 말해서 국민의 간접적인 정치 참여이다. 출마자를 잘못 찍었다면 지난 5년간처럼 그 책임을 지는거고. (개인적으로 지난 5년간이 다 노통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만) 결국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최악의 후보라도 막는다는 심정으로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거다. 결국 무관심이라는 투표의 또 한가지 방편으로 최악 또는 되서는 안될 사람이 득표하는 것을 방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회창 캠프에서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기자에게 말해서 기사화된 적이 있다. 그 당시 기사를 접하고 국민을 싸잡아 바보취급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화가 났었는데 그것과 같은 생각이라고 본다. 무관심한 이들이 정치혐오증을 "핑계"로 최악의 후보가 뭐가 되건 방치하기 때문에 점점 그런 정치인들이 늘어날 수 있는거고.

통합신당의 정동영을 보자. 정치가로서 비전도 없고, 소신도 없고, 신념도 없고, 우유부단하기만 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기가 하한을 치던 노무현을 배신하고 탈당 후 창당이라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코메디를 보여준다. 대체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누구였나. 통일부 장관은 누구였나. 넌센스가 따로 없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인물인 그가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해서 인기없는 노무현과 (다시 말하지만 난 무조건적인 노무현까는 절대 아님--;; 능력은 역부족이었으되 소신은 있다고 봄) 나는 관계가 전혀 없어요~~ 라는 전국민을 상대로 개구라를 치면서 슬쩍 정부의 공과로부터 발을 빼는 것은 넌센스중에 넌센스다. 그리고 그런 사기극의 와중에 이번 대선에서 쓸어담은 표가 대체 얼만가.

명박이의 BBK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네거티브 선거전략(물론 정동영만 그랬던 것도 아니지만)을 세운 것은 또 어떤가. 난 정동영이 자기 소신과 비젼을 얘기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이명박이 무죄라는 것을 나 또한 전~혀 믿지도 않지만, 아직 수사가 종결된 것도 아니고 제대로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저 정황과 추측(정확할 것이라고 사료되지만ㅋ)만 가지고 블라블라 찌질거리던 사람이 누구던가. 니가 전여옥이냐 유시민이냐. 개처럼 물고 늘어지려면 적어도 그 둘처럼 공부도 많이 하고, 그야말로 독하게 물고 늘어지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무조건 얘가 이래이랬대요~~ 라고 어린애가 엄마한테 이르듯 찌질거리는 꼴이라니. 대선 후보 확정되고 선거가 고작 한달밖에 안 남았는데, 자기 비젼을 제대로 설파할 시간조차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딴거 다 필요없이 얘 나쁘니까 나 뽑아줘야되요?라고 찌질거리는 꼴이라니. 이런 자격도 없는 쓰레기 양심을 지닌 사람이 되면 안되니까 투표를 해야 하는거다.

저 딴에는 성의를 가지고 열심히 글을 쓴 것 같은데 정말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 변명과 끔찍한 농담들에 오늘 투표율이 사상 최저치라는 기사가 오버랩되면서 한숨만 나온다. 날 부글부글 끓게 만든 저 양반은 결국 비겁하게 니들땜에 투표 하기 싫었어라는 변명만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정말 투표하고 싶었는데 못 한 사람도 많다고 본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라 자신의 무관심을 단순히 정치판에 대한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태도가 슬프고, 저런 사람이 성인이라는 사실이 한심하고, 정규교육과정을 다 마치고 그 중요한 기말고사를 치루는 대학생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야 이 양반아 내 후배는 오늘 투표하러 KTX 타고 대구 내려갔다우.. 그정도 열의까지 보이지는 못할지언정 그 책임을 전가하지는 말았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고 뭐, 투표 안 한 사람은 정책비판하면 안되다-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그닥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느껴보시라. 내 무관심이 자격없는 사람을 정치인으로 만들고(이건 비단 오늘 대선 얘기만이 아님;;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그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K1이나 찍으며 뭐하고 노닥거리는지 보면서 반성하고, 통감해 보시라. 물론 그를 찍은 사람들, 그가 찍히게 막지 못한 사람들과 같이 그 결과는 겸허히 나누어야 할 테지만.

아~ 나는 보고서 안 쓰고 흥분해서 뭐하는거여 ㅠㅠ 너무 길게 써서 다시 읽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