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0.01 나홀로 여행 둘째날 (3) (안동 봉정사) 4
  2. 2011.09.21 나홀로 여행 둘째날 (1) 영주 부석사 6
  3. 2011.09.19 나홀로 여행 첫날 (강릉-동해-태백-영주) 6

나홀로 여행 둘째날 (3) (안동 봉정사)

이번에 소개할 곳은 바로 안동의 봉정사. 혹시 누군가 나중에 지도를 볼 일이 있으면 아마 내 엉터리방터리 코스에 깜짝 놀랄거다.
무계획의 묘미라 해야할까 아니면 뿌린대로 거둔 준비없이 떠돌던 여행의 소치라 해야 할까. 안동을 어떻게 볼까 나름대로 코스를 (소수서원 구경을 마치고) 얼레벌레 짜보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서 그냥 시간이 아까우니 코스나 거리 그런거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결정, 봉정사로 고고씽.

소수서원에서 약 삼십여분을 달려서 봉정사에 도착.
봉정사 설명 전에 안동 관광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 잠깐 설명하자면, 안동 관광은 크게 세 권역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 "도산서원/민속촌(월영교)/하회마을"을 그 세 부분으로 볼 수 있겠다. 음 민속촌을 중심으로(꼭지점으로)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이 이등변 삼각형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하면 되려나? 그리고 봉정사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하면 될까;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제 크기대로 확대되서 더 잘 보여요. '-')a


천등산 봉정사의 일주문. 저 오솔길을 따라 오분가량 걸어가면 봉정사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만세루가 나온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나면 일주문이 나온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 사찰 매표소에서는 카드를 쓸 수 없다는 점.
사찰은 그냥 관광지나 영리기관이 아니라서 카드를 쓸 수 없다나 뭐라나.
세금 안 내는거야 그렇다 치고 관광객이 관광 후 현금영수증도 당연히 발금이 안되는데 이거 문제있는거 아닌가?
애니웨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방한 때 다녀갔다는 봉정사는 화엄종이 크게 성했던 통일신라의 불교 탓인지 부석사와 마찬가지로 의상 스님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뭐 세트라고도 볼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의상 스님이 부석사에서 날린 종이 봉황이 천등산에 내려앉아 봉정사를 창건했다고 하기 때문. 믿거나 말거나.

하여간 일주문을 지나 조금만 걷다보면 바로 저 만세루가 나온다.
봉정사는 특이하게도 저 누각으로 된 만세루를 지나면 바로 대웅전이 나오는 구조를 하고 있었다.


목조로 지어진 2층 누각인 만세루. 봉정사의 정문은 누각으로 된 누문 형태로 되어 있다.

만세루는 기울어진 지형을 이용해서 앞에서 보면 2층이고 뒤에서 (대웅전 앞에서) 바라보면 1층인 재미난 형태의 누각이다. 
또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인데 이걸 맞배지붕이라고 부른단다.

만세루를 옆면. 지붕이 사람 인(人)자 비슷한거 같긴 하네.

절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억불숭유 덕분(?)에 대체로 경관이 수려한 산속에 대부분 자리하고 있는 것이 그 첫째요, 향 내음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둘째요, 듣고 있으면 마음이 이상하게 편안해지는 목탁과 스님들 독경 소리가 그 셋째라 하겠다. 이번에 봉정사를 찾았을 때도 경내에 독경 소리가 가득해서 한동안 가만히 들으며 마음을 평온히 할 수 있어 좋았다. 만세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나오고 그 좌측에 보이는 화엄강당 뒷편으로는 바로 그 유명한 봉정사 극락전이 자리하고 있다.

봉정사 대웅전. 마침 찾아갔을 때 스님이 독경하고 계셔서 한동안 처마에 앉아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봉정사의 극락전은 부석사 무량수전과 마찬가지로 시각적 안정화를 위한 배흘림기둥에 둘 다 고려시대 주심포 양식(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한 구조가 기둥 위에만 있는 것)이란다. 뭐 크게 공부해야지 할 요량은 아니었는데 그냥 설명하는 판넬에 그렇다고 써 있으니 그렇구나 했지 뭐.
정면 3칸, 측면 4칸의 작은 규모의 간소한 불전이지만 이래뵈도 현존하는 한국 목조건축 중 최고(最古)의 건물. 가까이서 보면 세월이 느껴지는 건물이었지만, 멀리서 보면 생각보다 단청 색도 잘 보전되어 있는 것 같고 해서 그냥 내 느낌상 그리 오래된 건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짜잔~ 봉정사 극락전. 그 앞으로 봉정사 3층 석탑이 보인다.

봉정사의 범종루. 저 종 한번 쳐보고 싶었다. =,.=

엘리자베스 여왕이네 어쩌네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도량이 생각만큼 크지 않아서 (외려 작은 듯 느껴졌다) 둘러보는데 큰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슬렁슬렁 둘러보고 한참 대웅전 앞에 앉아 있었는데도 한시간 조금 넘게 있었던 것 같다.
볕이 슬슬 약해지는걸 보니 곧 날이 저물 것 같았다. 가을이 가까워져서인지 해는 짧아진 것 같고, 경험상 시골의 저녁은 짧고 매우 어둡다.
슬슬 걸어내려가는데 올라갈 때는 봉정사에 갈 것만 생각하고 가느라 미처 못 봤던 코스모스가 길 옆에 만발했다. 이제 가을이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어 떠난 여행인데 또 조급하게 목적지만 생각했나 싶은 마음에 쓴웃음만. 좀 더 여유를 가져보자.






이번 (즉흥..) 안동여행에서 계획한 것은 다음 네개.
1, 안동 고택체험은 꼭 한다.
2, 오후 14-15시경이니 한군데 어딘가 들러본다.
3,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은 꼭 간다.
4, 헛제사밥은 꼭 먹는다.
...일단 고택을 정하자 하고 검색해보니, 고택도 종류가 겁나게 많다. 이리저리 찾다가 번남고택이란 곳을 가볼까 하다가 화재로 일부만 남아서 운영중이란 말을 듣고는 계획을 변경, 도산서원 근방의 농암종택을 가기로 결정했다. 뭐 이건 각자 선택에 따른거니 뭐라 하긴 그런데; 안동김씨...는 뭔가 아는 사람 집이라서 좀 그랬고;;; 이런저런 (밥을 주냐 안 주냐 등등) 이유로 일단 농암종택을 가기로 결정 (결과적으로 볼 때 시간상으로 실수였던듯;;).
자, 농암종택으로 고고씽.

나홀로 여행 둘째날 (1) 영주 부석사

강릉에서 태백산 너머 있는 영주까지 여행을 왜 1차 목적지로 정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별 생각 없었다'이다. 사실은 '슬로 트립'에서처럼 세계슬로트립연맹이 지정했다는 우리네 한적한 곳을 다녀보려고 했었다. 한적한 곳을 다니며 조용히 혼자 생각도 하고 할 요량이었는데, 벌초 때 다운받아 갔던 무릎팍 도사 유홍준 교수 편을 보여 생각이 바뀌었다. 때마침 여행갈 때 '슬로트립' 외에도 들고 갔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2권을 들고 갔던 터라 저녁때 데굴데굴 책을 읽으며 첫 목표를 영주로 잡았던 것. 사실 나도 부석사 하면 반사적으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 정도만 떠올랐었는데 (한국식 국사 교육 덕분;)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명상로라는 부석사 진입로와 너무 아름다워 국보 0호로 삼고 싶다는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소백산맥의 경치에 대한 유홍준 교수의 찬사가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애니웨이, 아침에 산새 지저귀는 자연 알람 소리에 절로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짐을 챙기고 부석사로 고고씽.
너무 이른 탓에 일장일단이 있었는데, 장점은 부지런한 탓에 주차비를 안 냈다는 것이고 단점은 인공폭포고 식당이고 문을 연게 없었다는 것. 아, 부석사 매표소만 빼고=_=.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제 크기대로 확대되서 더 잘 보여요. '-')a

너무 일찍 도착한 부석사. 여기가 사람들의 기념 사진 포인트 중 하나인 인공폭포 앞. 이른 시간이라 폭포가 없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나면 눈 앞에 완만한 경사의 길이 펼쳐진다. 잘 닦인 길 양옆으로 은행나무 가로수가 호위하듯이 늘어서 있고, 저 멀리 일주문이 보인다. 상큼한 산내음에 지저귀는 산새소리. 자박자박 밟히는 발 밑의 흙과 자갈 소리에 절로 마음이 평안해지다...가 아 이 망할 벌과 산모기들이 들러 붙는 통에 고생했다.

한마디로 영주는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의 경계라는 말.

 


매표소에서부터 천왕문까지 좌우로 은행나무가 펼쳐진 적당한 경사의 부석사 오솔길. 유홍준 교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상로라고.

오솔길을 걷다보면 드디어 절의 경계인 일주문을 만나게 된다.
이번에 이런저런 여행을 하면서 절에 많이 다니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어 알아본 바, 한국식 사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단계의 산문을 통과해야 한다.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이 그것인데 일주문이란 한 일(一)자에 기둥 주(柱)자를 써서 기둥이 한 겹으로 되어 있는 문으로 산문의 가장 바깥 외문外門에 해당하는 문이다. 기둥이 한 줄인 것은 일심, 즉 한가지 마음을 뜻하는 것으로 사찰에 들어서기 위해서 지극한 일심으로 부처와 진리를 생각하라는 불가의 사상이 깃들었다고 보면 된다. 불교에서는 이 우주가 가장 깊은 속 마음인 일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니까 굉장히 철학적인 무언가가 들어 있는것인데 난 지식이 짧아서 잘 모르겠고;; ㅎㅎ 두번째로 만나게 되는 것은 천왕문(天王門)은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절문으로, 들어가는 양 옆에 사대천왕의 그림 또는 조상(彫像)을 봉한 문인데 이들은 뭐 불법의 수호신이 봉해진 문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문 뭐 이런걸로 보면 되겠다. 그 안쪽이 바로 도솔천이 되겠고.. 마지막이 바로 대웅전에 이르기 전에 있는 불이문(不二門)으로 진리는 둘이 아니라(不二) 하나라는 불가의 사상이 녹아 있는 문이다. 결국 이 문을 넘어서야 비로소 부처님의 세상에 이르는 셈이라고 한다.

부석사 일주문.

하여튼간에 설라무네, 일주문을 넘어서면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요 당간지주인데, 요 돌기둥 사이에 철로 된 통인 당간을 넣어 깃발을 달던 일종의 이정표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당간이 철로 되어있어 부식되어 없어졌기 때문에 당간을 끼우는 당간을 지탱하는 기둥(당간지주)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식 사찰의 기본적인 틀이 바로 이 3문과 당간지주이니 뭐 알면 좀 더 재미나게 사찰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하여간에 유홍준 교수의 말로는 한국의 당간지주 가운데 가장 매끈하게 일자로 잘 빠진 당간지주란다. 나한테는 별 감흥이 없긴 했다만;

유홍준 교수 말에 의하면 한국 사찰들의 당간지주 중 가장 매끈하게 잘 빠졌다는 당간지주.


당간지주를 지나면 천왕문이 나온다. 얼라, 그런데 고즈넉한 산사의 아침...은 커녕 어디선가 자꾸 익숙한 소음이 들린다.


돌계단들을 유심히 보면 올라가는 아래 부분의 계단 폭은 넓고 위로 갈수록 좁다. 배흘림 기둥과 마찬가지로 착시 현상을 이용, 계단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운 것-!!

설마설마 하고 천왕문을 딱 들어서는데, 오마이갓.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뭔 산사 입구를 다 뒤집어 엎어놨다. 이건 뭐..ㅠㅠ 내가 늘 이렇지 뭐. ㅠㅠ

내가 늘 이렇지 뭐. ㅠㅠ 이게 다 1박2일 탓이야... 웬 절간에 회전문이라니.. ㅠㅠ


아까 열심히 일반적인 한국식 사찰의 형식(일주문-천왕문-불이문의 1자형 가람)을 설명하긴 했는데, 부석사는 이와는 좀 다른 형식이다. 불이문 대신에 누각 형식으로 된 안양문이 있고, 부석사가 있는 봉황산 자체가 좀 지세가 험하고 좁아서 천왕문과 안양문 사이에 누각 형식의 범종문이 있는 4단계 문(?)의 형식.
하여간 안양루 혹은 안양문을 들어서는데...?!

김삿갓이 바로 이 부석사 무량수전 바로 앞 안양루에 올라 절경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런 제길슨. 무량수전도 공사중이다. 멀쩡한건 국보 17호라는 석등 뿐...ㅠㅠ


국보인 석등과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

하지만 유홍준 교수와 김삿갓의 감탄처럼,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본 소백산맥의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절경이었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 전경. 소백산맥을 품고 있어 절경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부석사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 안 썼다. 뜰 부(浮)에 돌 석(石)자를 쓴 부석사란 특이한 절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의상대사 (원효대사가 대오각성하고 돌아갈 때 계속 당나라로 떠난 스님)가 유학중에 선묘낭자라는 꾸냥이 의상대사를 짝사랑 했다고 한다. 뭐 의상대사는 스님이라 당근 이루어질 수 없는거였고, 어찌됐건 10년 수행 후 의상대사가 귀국할 때 선묘가 바다에 몸을 던져 의상대사를 수호하는 수호룡이 되었다고. 하여간 의상대사가 화엄종을 개창하고 절을 지을 때 봉황산 절터에 도둑들이 많았는데, 용으로 화한 선묘낭자가 법력으로 돌을 저절로 공중에 띄워 도둑들이 다 도망가고 의상대사는 절을 잘 세웠다나 어쨌다나.


이게 바로 부석. 음 눈으로 보기엔 그닥 안 떠 있는거 같지만 이중환의 택리지에 보면 동아줄이 들락날락 할 수 있을 정도로 떠 있다고 한다.

절 여기저기에 있던 조그마한 돌탑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소원을 빌며 저 탑들을 경내 여기저기에 쌓아뒀던지... 뭔가 짠했다.

부석사 3층 석탑

 


부석사 3층 석탑 앞에서 한 컷. 개인적으로 볼 때 (안양루에는 출입금지이므로) 가리는게 가장 적은 최고의 소백산맥 전경 관람 뷰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아 힘들다 힘들어. 이어지는 부석사 전경 몇 컷. 오늘도 급 마무리.


 

 


 

천천히 구경하고 내려왔더니 이제사 사람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하고 주차장 쪽에는 인공폭포도 켜 두었더라.

사람이 적어서 그런가 밥을 먹으려는데 제대로 연 식당이 없었다. 문 연 가게들 가운데 사람이 있는 가게에 가서 산채비빔밥+동동주 1잔을 뚝딱.
고슬한 밥알에 씹자마자 입 안 가득한 나물향이 내가 정말 여행을 왔구나 하는 것을 실감시켜주더라. 역시 여행이고 뭐고 사람은 잘 먹어야 한다=ㅁ=;
자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이제 소수서원으로 고고씽.


 

나홀로 여행 첫날 (강릉-동해-태백-영주)

지난 8월, 듣기에도 아득한 1988년부터 주욱 가지고 있던 학생이라는 호칭을 드디어 내려놓았다.
입사 전 마음을 다잡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계획하게 된 여행.

일본쪽을 덮친 태풍 때문에 동해 먼바다의 파고가 높아서 울릉도에 가기 힘들어진 터라 계획을 급히 수정,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무작정 안동에 가 보리라-라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첫날 아침의 강릉의 날씨는 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맑아서 안동으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하루 더 기다려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일단 대강의 계획은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가 태백산맥을 넘어 영주에 들르는 것. 지도를 대강 본 탓에; 경포 쪽에서 바다 따라가면 대충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경포 쪽으로 무작정 향했다 (결국 다시 돌아 나와야 했다;).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요 '-')b

바람 한점 없던 경포 호수.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 위로 높이 솟은 구름들을 보니 아 이제 가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경포대 해수욕장.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평일 바닷가의 고즈넉함.

다시 차를 달려 7번 국도를 타고 정동진으로, 다시 정동진을 넘어 동해로 향했다. 달리다보니 바다가 다시 보고싶어져서 동해 촛대바위로 고고씽. 


파도가 정말, 진짜, 대~~박. 촛대바위에 들르고서야 비로소 울릉도를 완전히 접을 수 있었다 껄껄.

한참을 뙤약볕에서 파도소리와 바다내음을 즐기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밥때가 되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얼른 태백 쪽으로 넘어가서 먹기로 결정, 다시 태백으로.

태백의 험산준령은 정말이지 너무 멋졌다. 운전하는 내내 보는 풍경 자체 하나하나가 다 절경이었지만, 커브와 경사가 심한 국도변에 정차하고 사진을 찍기엔 좀 위험해서 포기. 검색으로 찾아놨던 감자 옹심이 전문의 태백의 맛집에 도착했다.

네비에 주소를 치고 갔는데 막상 생긴게 식당이라기보다는 가정집 같은데다가; 처음에 저 입간판을 보지 못해 부근서 십여분간 헤맸다나 뭐라나-_-;


가게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남의 가게 왜 찍냐고 역정을 내시다가 손님인걸 아시고 급친절해지신;; 주인 할머님 등장ㅎㅎ

가게 사진을 찍고 나서 남의 가게 앞에서 뭐하는거냐고 다그쳐 묻던 할머니가 실내에 앉아 옹심이를 주문하자마자 대뜸 대체 젊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남의 가게를 뭘 그렇게 찍어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계속 투덜대셨다. ㅎㅎ 조금 뻘쭘하기도 해서 인터넷 보고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왔다니까 별거 아니고 맛 없는데 찾아왔다고 걱정에 걱정을 하셨다.

가게 내부 풍경. 단촐하니 크진 않고 뭐 그냥 작은 식당같은데 특징이라면 의자에 앉는 테이블석은 없고 좌식 자리만 있다.

기본 찬으로는 감자전과 김치가 나온다. 수제비에 넣어 먹는 다데기(양념 고추장)가 나오는데 이건 취향에 따라 먹으면 될 듯.
감자전은 먹어보니 감자 100%가 아니라 밀가루를 섞은게 분명하다. 하기사 요새 식당에서 감자 100프로의 쫄깃쫄깃한 "진짜" 감자전 만드는 식당이 있기나 할까? 더군다나 쉽게 변색되서 매번 그 때 그 때 갈아야 하는 터라 웬만한 식당에서는 애로사항이 꽃필건 불문가지. 뭐 크게 맛없다는건 아닌데 역시 감자전은 울어무니표 감자 백프로 쫄깃쫄깃 감자전이 최고! 암요~ 직접 손으로 갈아야 감자 결도 살아있고 맛있구말굽쇼.

밀가루가 좀 섞인 감자전과 기본 찬. 워낙 감자전을 좋아하니 혹평을 늘어놓지만 사실 먹을만한(맛있는) 전이었다.

짜잔~! 감자 옹심이 (감자 수제비) 등장! 옹심이는 강릉지역에서 주로 많이 해 먹는 수제빈에 감자바우라고 불리우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밀가루가 아닌 감자 백프로로 만든 반죽으로 (전분을 이용)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서비스였던 감자전과는 다르게 쫄깃한 것이 감자로 제대로 만든 옹심이가 맞는 것 같았다. XD
쫄깃하고 고소한 감자 옹심이에 큼지막한 미더덕이 과장 좀 섞어서 옹심이 만큼이나 들어 있어서 느끼한 맛도 없고 시원한 육수 맛을 낸다.
미스터 초밥왕으로 비유하자면 뭐랄까 딱 먹으면 바다가 밀려오는 배경이 백그라운드에 그려지면서 바다의 향기! 라고 외칠만한 시원한 맛 ㅎㅎ 한마디로 맛있다! 

 

쫄깃 담백한 감자 옹심이와 바다내음 담뿍 담긴 미더덕이 듬뿍. 
 
감자 옹심이를 배에 한가득 넣고 다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넘어 다시 부석사가 있는 영주로-. 영주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접경이라 태백산맥을 넘다보니 어느덧 소백산맥이 나온다. 가는 곳마다 웅장한 산세와 기기묘묘한 암석에 절경들이어서 간만에 눈이 호강을 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또 한번 달려보고 싶은 36번 국도. 영월쪽으로 해서 단양쪽으로 넘어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도착하니 날이 너무 늦어 이미 어둑어둑한 상황. 부석사 근처의 코리아나호텔이라는 모텔에 방을 얻고는 바로 옆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시간이 많이 늦고 혼자라 정식 (\6,000) 외에는 식사가 안 된다고 한다. 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등어 외에는 밥도, 찬도 모두 식어서 그냥저냥 했지만 꽤나 정갈해서 제 때 먹었으면 맛있었겠다 싶어 좀 아쉬웠다.

그냥저냥 마구 눌러댄 셔터 덕에 사진이 한가득이라 기행문까지는 아니고 보고, 듣고, 먹은 것 정도를 살짝 정리해 볼까 싶어서 시작하긴 했는데. 과연 무사히 2주간의 여행기(?)를 끝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찌됐건간에, 이렇게 여행 첫날 저녁은 저물었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