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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9 나홀로 여행 첫날 (강릉-동해-태백-영주) 6

나홀로 여행 첫날 (강릉-동해-태백-영주)

지난 8월, 듣기에도 아득한 1988년부터 주욱 가지고 있던 학생이라는 호칭을 드디어 내려놓았다.
입사 전 마음을 다잡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계획하게 된 여행.

일본쪽을 덮친 태풍 때문에 동해 먼바다의 파고가 높아서 울릉도에 가기 힘들어진 터라 계획을 급히 수정,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무작정 안동에 가 보리라-라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첫날 아침의 강릉의 날씨는 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맑아서 안동으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하루 더 기다려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일단 대강의 계획은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가 태백산맥을 넘어 영주에 들르는 것. 지도를 대강 본 탓에; 경포 쪽에서 바다 따라가면 대충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경포 쪽으로 무작정 향했다 (결국 다시 돌아 나와야 했다;).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요 '-')b

바람 한점 없던 경포 호수.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 위로 높이 솟은 구름들을 보니 아 이제 가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경포대 해수욕장.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평일 바닷가의 고즈넉함.

다시 차를 달려 7번 국도를 타고 정동진으로, 다시 정동진을 넘어 동해로 향했다. 달리다보니 바다가 다시 보고싶어져서 동해 촛대바위로 고고씽. 


파도가 정말, 진짜, 대~~박. 촛대바위에 들르고서야 비로소 울릉도를 완전히 접을 수 있었다 껄껄.

한참을 뙤약볕에서 파도소리와 바다내음을 즐기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밥때가 되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얼른 태백 쪽으로 넘어가서 먹기로 결정, 다시 태백으로.

태백의 험산준령은 정말이지 너무 멋졌다. 운전하는 내내 보는 풍경 자체 하나하나가 다 절경이었지만, 커브와 경사가 심한 국도변에 정차하고 사진을 찍기엔 좀 위험해서 포기. 검색으로 찾아놨던 감자 옹심이 전문의 태백의 맛집에 도착했다.

네비에 주소를 치고 갔는데 막상 생긴게 식당이라기보다는 가정집 같은데다가; 처음에 저 입간판을 보지 못해 부근서 십여분간 헤맸다나 뭐라나-_-;


가게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남의 가게 왜 찍냐고 역정을 내시다가 손님인걸 아시고 급친절해지신;; 주인 할머님 등장ㅎㅎ

가게 사진을 찍고 나서 남의 가게 앞에서 뭐하는거냐고 다그쳐 묻던 할머니가 실내에 앉아 옹심이를 주문하자마자 대뜸 대체 젊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남의 가게를 뭘 그렇게 찍어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계속 투덜대셨다. ㅎㅎ 조금 뻘쭘하기도 해서 인터넷 보고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왔다니까 별거 아니고 맛 없는데 찾아왔다고 걱정에 걱정을 하셨다.

가게 내부 풍경. 단촐하니 크진 않고 뭐 그냥 작은 식당같은데 특징이라면 의자에 앉는 테이블석은 없고 좌식 자리만 있다.

기본 찬으로는 감자전과 김치가 나온다. 수제비에 넣어 먹는 다데기(양념 고추장)가 나오는데 이건 취향에 따라 먹으면 될 듯.
감자전은 먹어보니 감자 100%가 아니라 밀가루를 섞은게 분명하다. 하기사 요새 식당에서 감자 100프로의 쫄깃쫄깃한 "진짜" 감자전 만드는 식당이 있기나 할까? 더군다나 쉽게 변색되서 매번 그 때 그 때 갈아야 하는 터라 웬만한 식당에서는 애로사항이 꽃필건 불문가지. 뭐 크게 맛없다는건 아닌데 역시 감자전은 울어무니표 감자 백프로 쫄깃쫄깃 감자전이 최고! 암요~ 직접 손으로 갈아야 감자 결도 살아있고 맛있구말굽쇼.

밀가루가 좀 섞인 감자전과 기본 찬. 워낙 감자전을 좋아하니 혹평을 늘어놓지만 사실 먹을만한(맛있는) 전이었다.

짜잔~! 감자 옹심이 (감자 수제비) 등장! 옹심이는 강릉지역에서 주로 많이 해 먹는 수제빈에 감자바우라고 불리우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밀가루가 아닌 감자 백프로로 만든 반죽으로 (전분을 이용)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서비스였던 감자전과는 다르게 쫄깃한 것이 감자로 제대로 만든 옹심이가 맞는 것 같았다. XD
쫄깃하고 고소한 감자 옹심이에 큼지막한 미더덕이 과장 좀 섞어서 옹심이 만큼이나 들어 있어서 느끼한 맛도 없고 시원한 육수 맛을 낸다.
미스터 초밥왕으로 비유하자면 뭐랄까 딱 먹으면 바다가 밀려오는 배경이 백그라운드에 그려지면서 바다의 향기! 라고 외칠만한 시원한 맛 ㅎㅎ 한마디로 맛있다! 

 

쫄깃 담백한 감자 옹심이와 바다내음 담뿍 담긴 미더덕이 듬뿍. 
 
감자 옹심이를 배에 한가득 넣고 다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넘어 다시 부석사가 있는 영주로-. 영주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접경이라 태백산맥을 넘다보니 어느덧 소백산맥이 나온다. 가는 곳마다 웅장한 산세와 기기묘묘한 암석에 절경들이어서 간만에 눈이 호강을 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또 한번 달려보고 싶은 36번 국도. 영월쪽으로 해서 단양쪽으로 넘어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도착하니 날이 너무 늦어 이미 어둑어둑한 상황. 부석사 근처의 코리아나호텔이라는 모텔에 방을 얻고는 바로 옆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시간이 많이 늦고 혼자라 정식 (\6,000) 외에는 식사가 안 된다고 한다. 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등어 외에는 밥도, 찬도 모두 식어서 그냥저냥 했지만 꽤나 정갈해서 제 때 먹었으면 맛있었겠다 싶어 좀 아쉬웠다.

그냥저냥 마구 눌러댄 셔터 덕에 사진이 한가득이라 기행문까지는 아니고 보고, 듣고, 먹은 것 정도를 살짝 정리해 볼까 싶어서 시작하긴 했는데. 과연 무사히 2주간의 여행기(?)를 끝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찌됐건간에, 이렇게 여행 첫날 저녁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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