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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1 나홀로 여행 둘째날 (1) 영주 부석사 6

나홀로 여행 둘째날 (1) 영주 부석사

강릉에서 태백산 너머 있는 영주까지 여행을 왜 1차 목적지로 정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별 생각 없었다'이다. 사실은 '슬로 트립'에서처럼 세계슬로트립연맹이 지정했다는 우리네 한적한 곳을 다녀보려고 했었다. 한적한 곳을 다니며 조용히 혼자 생각도 하고 할 요량이었는데, 벌초 때 다운받아 갔던 무릎팍 도사 유홍준 교수 편을 보여 생각이 바뀌었다. 때마침 여행갈 때 '슬로트립' 외에도 들고 갔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2권을 들고 갔던 터라 저녁때 데굴데굴 책을 읽으며 첫 목표를 영주로 잡았던 것. 사실 나도 부석사 하면 반사적으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 정도만 떠올랐었는데 (한국식 국사 교육 덕분;)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명상로라는 부석사 진입로와 너무 아름다워 국보 0호로 삼고 싶다는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소백산맥의 경치에 대한 유홍준 교수의 찬사가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애니웨이, 아침에 산새 지저귀는 자연 알람 소리에 절로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짐을 챙기고 부석사로 고고씽.
너무 이른 탓에 일장일단이 있었는데, 장점은 부지런한 탓에 주차비를 안 냈다는 것이고 단점은 인공폭포고 식당이고 문을 연게 없었다는 것. 아, 부석사 매표소만 빼고=_=.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제 크기대로 확대되서 더 잘 보여요. '-')a

너무 일찍 도착한 부석사. 여기가 사람들의 기념 사진 포인트 중 하나인 인공폭포 앞. 이른 시간이라 폭포가 없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나면 눈 앞에 완만한 경사의 길이 펼쳐진다. 잘 닦인 길 양옆으로 은행나무 가로수가 호위하듯이 늘어서 있고, 저 멀리 일주문이 보인다. 상큼한 산내음에 지저귀는 산새소리. 자박자박 밟히는 발 밑의 흙과 자갈 소리에 절로 마음이 평안해지다...가 아 이 망할 벌과 산모기들이 들러 붙는 통에 고생했다.

한마디로 영주는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의 경계라는 말.

 


매표소에서부터 천왕문까지 좌우로 은행나무가 펼쳐진 적당한 경사의 부석사 오솔길. 유홍준 교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상로라고.

오솔길을 걷다보면 드디어 절의 경계인 일주문을 만나게 된다.
이번에 이런저런 여행을 하면서 절에 많이 다니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어 알아본 바, 한국식 사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단계의 산문을 통과해야 한다.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이 그것인데 일주문이란 한 일(一)자에 기둥 주(柱)자를 써서 기둥이 한 겹으로 되어 있는 문으로 산문의 가장 바깥 외문外門에 해당하는 문이다. 기둥이 한 줄인 것은 일심, 즉 한가지 마음을 뜻하는 것으로 사찰에 들어서기 위해서 지극한 일심으로 부처와 진리를 생각하라는 불가의 사상이 깃들었다고 보면 된다. 불교에서는 이 우주가 가장 깊은 속 마음인 일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니까 굉장히 철학적인 무언가가 들어 있는것인데 난 지식이 짧아서 잘 모르겠고;; ㅎㅎ 두번째로 만나게 되는 것은 천왕문(天王門)은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절문으로, 들어가는 양 옆에 사대천왕의 그림 또는 조상(彫像)을 봉한 문인데 이들은 뭐 불법의 수호신이 봉해진 문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문 뭐 이런걸로 보면 되겠다. 그 안쪽이 바로 도솔천이 되겠고.. 마지막이 바로 대웅전에 이르기 전에 있는 불이문(不二門)으로 진리는 둘이 아니라(不二) 하나라는 불가의 사상이 녹아 있는 문이다. 결국 이 문을 넘어서야 비로소 부처님의 세상에 이르는 셈이라고 한다.

부석사 일주문.

하여튼간에 설라무네, 일주문을 넘어서면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요 당간지주인데, 요 돌기둥 사이에 철로 된 통인 당간을 넣어 깃발을 달던 일종의 이정표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당간이 철로 되어있어 부식되어 없어졌기 때문에 당간을 끼우는 당간을 지탱하는 기둥(당간지주)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식 사찰의 기본적인 틀이 바로 이 3문과 당간지주이니 뭐 알면 좀 더 재미나게 사찰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하여간에 유홍준 교수의 말로는 한국의 당간지주 가운데 가장 매끈하게 일자로 잘 빠진 당간지주란다. 나한테는 별 감흥이 없긴 했다만;

유홍준 교수 말에 의하면 한국 사찰들의 당간지주 중 가장 매끈하게 잘 빠졌다는 당간지주.


당간지주를 지나면 천왕문이 나온다. 얼라, 그런데 고즈넉한 산사의 아침...은 커녕 어디선가 자꾸 익숙한 소음이 들린다.


돌계단들을 유심히 보면 올라가는 아래 부분의 계단 폭은 넓고 위로 갈수록 좁다. 배흘림 기둥과 마찬가지로 착시 현상을 이용, 계단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운 것-!!

설마설마 하고 천왕문을 딱 들어서는데, 오마이갓.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뭔 산사 입구를 다 뒤집어 엎어놨다. 이건 뭐..ㅠㅠ 내가 늘 이렇지 뭐. ㅠㅠ

내가 늘 이렇지 뭐. ㅠㅠ 이게 다 1박2일 탓이야... 웬 절간에 회전문이라니.. ㅠㅠ


아까 열심히 일반적인 한국식 사찰의 형식(일주문-천왕문-불이문의 1자형 가람)을 설명하긴 했는데, 부석사는 이와는 좀 다른 형식이다. 불이문 대신에 누각 형식으로 된 안양문이 있고, 부석사가 있는 봉황산 자체가 좀 지세가 험하고 좁아서 천왕문과 안양문 사이에 누각 형식의 범종문이 있는 4단계 문(?)의 형식.
하여간 안양루 혹은 안양문을 들어서는데...?!

김삿갓이 바로 이 부석사 무량수전 바로 앞 안양루에 올라 절경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런 제길슨. 무량수전도 공사중이다. 멀쩡한건 국보 17호라는 석등 뿐...ㅠㅠ


국보인 석등과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

하지만 유홍준 교수와 김삿갓의 감탄처럼,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본 소백산맥의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절경이었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 전경. 소백산맥을 품고 있어 절경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부석사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 안 썼다. 뜰 부(浮)에 돌 석(石)자를 쓴 부석사란 특이한 절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의상대사 (원효대사가 대오각성하고 돌아갈 때 계속 당나라로 떠난 스님)가 유학중에 선묘낭자라는 꾸냥이 의상대사를 짝사랑 했다고 한다. 뭐 의상대사는 스님이라 당근 이루어질 수 없는거였고, 어찌됐건 10년 수행 후 의상대사가 귀국할 때 선묘가 바다에 몸을 던져 의상대사를 수호하는 수호룡이 되었다고. 하여간 의상대사가 화엄종을 개창하고 절을 지을 때 봉황산 절터에 도둑들이 많았는데, 용으로 화한 선묘낭자가 법력으로 돌을 저절로 공중에 띄워 도둑들이 다 도망가고 의상대사는 절을 잘 세웠다나 어쨌다나.


이게 바로 부석. 음 눈으로 보기엔 그닥 안 떠 있는거 같지만 이중환의 택리지에 보면 동아줄이 들락날락 할 수 있을 정도로 떠 있다고 한다.

절 여기저기에 있던 조그마한 돌탑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소원을 빌며 저 탑들을 경내 여기저기에 쌓아뒀던지... 뭔가 짠했다.

부석사 3층 석탑

 


부석사 3층 석탑 앞에서 한 컷. 개인적으로 볼 때 (안양루에는 출입금지이므로) 가리는게 가장 적은 최고의 소백산맥 전경 관람 뷰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아 힘들다 힘들어. 이어지는 부석사 전경 몇 컷. 오늘도 급 마무리.


 

 


 

천천히 구경하고 내려왔더니 이제사 사람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하고 주차장 쪽에는 인공폭포도 켜 두었더라.

사람이 적어서 그런가 밥을 먹으려는데 제대로 연 식당이 없었다. 문 연 가게들 가운데 사람이 있는 가게에 가서 산채비빔밥+동동주 1잔을 뚝딱.
고슬한 밥알에 씹자마자 입 안 가득한 나물향이 내가 정말 여행을 왔구나 하는 것을 실감시켜주더라. 역시 여행이고 뭐고 사람은 잘 먹어야 한다=ㅁ=;
자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이제 소수서원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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