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ang_ 2007. 3. 5. 02:17

어느덧 불혹을 넘긴 그의 머리에도, 얼굴에도, 일상에도 세월이 내려앉았다.
앗 하는 사이에 세월은 그의 얼굴 한켠에 거침없는 흔적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의 인생은 나무랄데 없어 보였다.
유복하진 않지만 나무랄데 없는 어린시절, 학창시절, 그리고 결혼생활.
이름만 대도 남들이 다 알아주는 직장에서는 제법 괜찮은 시기에 부장을 꿰찬 이력도 있다.
얼마전 그의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언니가 있는 외국으로 옮겨갔다.
원체부터 극성스럽던 그녀는 그가 모르게 아이들의 학업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 1년.
오늘은 그의 종제의 아들내미 돌잔칫날.
가족의 대소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던 그가 빠질리가 없는 날이었다.
모두가 방긋방긋 웃는 아기를 축하하는 가운데 그는 물끄러미 초점없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가 보고 있던 것은 조카였을까, 일상에 치여 돌잔치도 치뤄주지 못한 둘째였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큰 딸이었을까.